1인 사역자의 현실 —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만 하는 목사들
부목사 주 56시간 158만 원, 전도사 108만 원. 그 시간 안에 카드뉴스·QT·소그룹 나눔지·부서 PPT가 끼어 있는 1인 사역자의 진짜 일주일.
토요일 밤 11시 47분.
포토샵 창이 다섯 개 열려있다. 카드뉴스 4번째 슬라이드 본문 폰트가 자꾸 어긋나서 30분째 그것만 만지고 있다. 내일 부서 PPT는 아직 손도 못 댔고, 인스타에 올릴 묵상 카드는 사진을 못 골라 며칠째 미뤄두고 있다.
이 시간, 한국 어딘가에서 똑같은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이 수천 명 있다.
부목사 주 56시간, 월 158만 원
문화선교연구원이 조사한 한국교회 부목사의 평균 근무는 하루 9.8시간, 주 5.7일. 합치면 주 55.86시간, 법정 근로시간(40시간)의 1.4배다. 평균 사례비는 158만 원, 71%가 200만 원이 안 된다. 전도사로 내려가면 108만 원, 시급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과 거의 같다.
본인들이 꼽은 가장 힘든 점은 압도적이다.
- 과다한 업무량 47%
- 적은 사례비 46%
이 두 항목이 1·2위.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2점, 절반(45%)도 만족한다고 답하지 못했다. 전도사 불만족 사유 3위는 '개인 시간 부족'.
이 데이터에 가려지는 게 있다. 그 56시간 안에 정확히 무엇이 들어있느냐는 것이다.
신학을 공부한 시간 vs 디자인을 학습한 시간
설교 준비, 심방, 기도, 예배 인도. 이건 누가 봐도 사역이다.
그런데 그 옆에 카드뉴스 디자인, 인스타 운영, 부서 PPT, QT 양식, 소그룹 나눔 질문, 주보용 설교 요약, 단톡 공지 글, 행사 포스터, 쇼츠 영상 편집 같은 일들이 끼어 있다.
이런 일들은 예전에도 있었다. 다만 지금은 그 영역과 종류가 훨씬 많아졌다. 인스타·릴스·쇼츠·블로그·단톡까지, 채널이 늘면서 한 사람이 다뤄야 할 콘텐츠 종류가 배로 늘었다. 다 잘해야 한다. 디자인이 어색하면 청년들이 안 본다고 하고, 카드 글자수가 너무 많으면 끝까지 안 읽는다고 한다.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걸 위해 신학교에 갔는가, 라고 물으면 누구도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콘텐츠 마감으로 굴러가는 일주일
| 요일 | 콘텐츠 작업 |
|---|---|
| 월 | 주중 단톡 묵상 카드. 부서 모임 PPT. |
| 화 | 소그룹 나눔지(본문 정리·질문 5개·적용 1개). |
| 수 | 수요예배 광고 카드. 인스타 스토리. |
| 목 | 다음 주 카드뉴스 4-8장. 무조건 야근. |
| 금 | 새벽기도 PPT. 주보 인쇄. 토요 행사 포스터. |
| 토 | 설교 마무리. 주일학교 자료. 인스타 예고편. |
| 주일 | 예배·심방·식사·청소. 그리고 머릿속엔 다음 주 콘텐츠. |
월요일이 휴일이라는 건 이론상이다. 새벽기도엔 빠질 수 없으니까. 한 장로가 뉴스앤조이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담임목사님은 매일 새벽기도를 강조한다. '예수님도 매일 새벽기도를 했다'고. 그런데 정작 본인은 월요일이 휴일이라며 안 나오신다."
그 새벽기도 PPT를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대부분 부목사, 전도사, 또는 미자립 교회의 단 한 명뿐인 교역자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
가장 아픈 건, 이 모든 일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도들에게 좋은 묵상 자료를 주는 건 좋은 일이다. 청년부 인스타에 정성 들인 카드가 올라오면 청년들이 더 가까이 온다. 주일학교 PPT가 예쁘면 아이들이 집중한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다.
포기 못 하니까 새벽까지 한다. 새벽까지 하니까 가족이 멀어진다. 가족이 멀어지니까 다시 일에 빠진다.
1인 사역자가 빠져나오기 어려운 자리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 조사에 따르면 사모 59.9%가 우울 증세를, 10%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본인은 그 자리를 절대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통계다.
그 두 시간이, 정말 사역이었나
여기서 한 번만 멈춰 묻자.
토요일 밤 카드뉴스 슬라이드 폰트 맞추는 그 두 시간. 그 두 시간이 정말 사역이었을까.
설교를 깊게 묵상하는 두 시간과, 포토샵 폰트 맞추는 두 시간을 같은 무게로 둘 수 없다. 전자는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이고, 후자는 도구가 점점 잘하고 있는 일이다.
본질적인 사역은 사람과 말씀이다. 그 외 모든 영역은 가능한 한 도구에 맡기고, 시간을 다시 본질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같은 자리에서 시작했습니다
토요일 밤마다 나눔지 만들고, 카드뉴스 디자인하는 사역자들을 가까이서 너무 자주 봤습니다. 더는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길을 만들고 싶어, 도구 하나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설교 한 편을 올리면, 카드뉴스·QT·소그룹 나눔지·PPT·쇼츠 대본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줍니다.
거창한 이유 아닙니다.
사역자가 사역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토요일 밤 11시 47분에 포토샵이 아니라, 가족과 식사하고, 일찍 자고, 다음 날 더 깨어있는 사역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은 분이 지금 컴퓨터 앞에 혼자 앉아 있다면, 그 자리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한 번만 인정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시스템이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이 얹어놓았을 뿐입니다.
이미 4,400명의 사역자가 같은 자리를 걸어왔고, 이 도구로 토요일 밤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